경마 인터넷베팅 온라인 마권 발매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사행성 심화 등의 우려도 있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카지노나 경마 등 사행산업이 중단된 틈을 타 인터넷베팅, 온라인 사기도박 유혹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심덕섭(57·사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장은 24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복권을 제외한 카지노·경마·경륜·경정·소싸움이 임시 휴장에 들어가면서 불법 도박 사이트가 더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실장에 이어 현 정부 들어 국가보훈처 차장을 지낸 뒤 지난달부터 제5기 사감위를 이끌고 있다.
사감위는 국무총리 소속 기관으로 사행산업의 건전화, 총량 조정, 불법 사행산업 감시, 도박중독 예방·치유에 나서고 있다. 심 위원장은 “지난달 23일께부터 밀집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카지노(강원랜드), 경마(한국마사회), 경륜·경정(국민체육진흥공단), 소싸움(청도공영사업소) 경기가 임시 중단됐다”며 “이런 틈을 비집고 국내 수사권이 미치기 어려운 해외에서 암약하는 온라인 범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사회의 경우 지난달 23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모든 경마 운영을 중단하는 등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사행산업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그는 사기도박 피해 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으나 해외에 서버를 둔 경우가 대부분이라 현실적으로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 위원장은 “피해자들이 신고하겠다고 하면 사기꾼들은 ‘해외에 서버가 있는데 어떻게 단속이 이뤄지겠느냐’고 하거나 ‘당신도 불법 도박에 베팅했으니 처벌받고 싶으면 신고하라’며 적반하장 식으로 나온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실례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대화방에 사기꾼으로부터 도박 사이트 가입 권유를 받은 김모씨는 수천만 원을 날리기도 했다. 사기꾼들은 처음에 김씨가 소액을 입금하자 대리베팅(사기꾼 측이 불러주는 대로 베팅하거나 아예 베팅을 맡기는 것) 방식으로 일부러 돈을 벌게 해준 뒤 점차 여윳돈은 물론 빚까지 내 투자하도록 꼬드겼다. 심 위원장은 “카카오톡·밴드·카페·블로그·문자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재테크, 단기 고수익, 부업’을 미끼로 도박 사이트에 가입하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사행산업으로 인한 국민들의 유병률은 줄었으나 인터넷을 자유롭게 쓰게 된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도박중독에 빠져드는 비율이 늘고 있다”며 “‘달팽이 달리기’나 ‘사다리 타기’ 등을 인터넷 게임으로 착각하고 베팅하다가 도박에 중독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더 이상 이런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되는 지경까지 왔다”며 5기 사감위는 청소년·어린이를 비롯한 국민의 도박중독 예방·치유에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심 위원장은 경마 건전화 등을 위해 마사회가 요청하는 온라인 마권 발매에 대해 “일부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사행성 심화 등의 우려도 있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사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영업 손실, 세수 감소, 관련 종사자 생활고를 들어 무관중 경주와 온라인 마권 발매를 원하고 있다. 앞서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10조원이 훌쩍 넘는 온라인 불법 경마를 제도권으로 끌어 들인다는 취지로 관련 법 개정안을 작년 말 국회에 제출했다.
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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